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형법상 강제추행죄의 적용 범위도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해석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신체 접촉 외에도 ‘간접적’ 방식으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인정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형법의 근본 취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이해되며, 실제 실무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추행 행위가 문제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간접적 추행의 개념, 그리고 판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실제 판례들을 알아보겠습니다.
1.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
강제추행죄의 구성요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형법 제298조는 강제추행죄를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추행’이란 피해자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며, 그 방식이 반드시 직접적인 신체 접촉일 필요는 없습니다. ‘폭행 또는 협박’은 반드시 심각한 물리력일 필요는 없으며,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 정도의 물리적 행위나 위력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피해자의 어깨에 손을 얹거나, 뒷자리에서 갑작스럽게 허리를 감싸는 행위도 충분히 강제추행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행위였는가’와 ‘행위자가 성적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가’입니다. 이 두 가지 요건이 충족되면 추행 행위로 인정되며, 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외형적 수단이 결합되었는지에 따라 강제추행죄가 성립됩니다.
2. 간접적 추행의 의미와 판단 기준
간접적 추행의 의미와 판단 기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간접적 추행이란 신체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식의 행위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옷 위로 특정 부위를 스치듯 만지는 행위, 카메라를 이용해 특정 신체 부위를 촬영하려는 시도, 피해자의 주변을 맴돌며 불쾌한 언행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는 행위 등이 있습니다. 이처럼 신체 접촉이 없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고, 그러한 행위에 명확한 성적 의도가 있었다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간접적 추행의 판단에서 ① 행위의 반복성, ② 장소와 상황의 구체성, ③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 ④ 행위자의 성적 동기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대중교통, 학원, 직장 등에서 발생하는 간접적 추행에 대해 ‘사회 통념상 성적 침해로 받아들일 수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실수로 인한 접촉은 범죄로 보기 어렵지만, 반복되거나 의도성이 명백한 경우는 강제추행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3. 실제 판례와 실무 경향
실제 판례와 실무 경향을 분석해보겠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지하철 안에서 피해자 뒤에 서서 반복적으로 몸을 밀착한 행위가 강제추행죄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피고인은 ‘밀집된 공간에서 일어난 우연한 접촉’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CCTV 영상과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의도적인 접근’으로 판단하였고, 간접 접촉이더라도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학원 강사가 수업 중 특정 여학생의 신체를 은근히 바라보며 성적 농담을 반복한 경우, 신체 접촉이 없음에도 강제추행이 인정되었습니다. 이는 언어적·행동적 분위기를 통한 성적 침해로 간주된 것입니다. 또한 법원은 피해자의 연령, 행위 장소,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객관적인 ‘성적 침해’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CCTV, 음성녹음, 메시지 내용 등의 간접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가 선고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며,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신빙성이 있다면 충분히 유죄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실무의 경향입니다. 이에 따라 경찰이나 검찰은 초기 진술의 일관성 확보와 주변 정황 증거 수집에 큰 비중을 두고 수사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는 신체의 직접적 접촉뿐 아니라 간접적인 방식으로도 성립할 수 있는 범죄로,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라는 형법의 근본 원칙을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조항입니다. 특히 간접적 추행에 대한 법원의 해석이 점차 확대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비접촉 추행도 적극적으로 처벌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의 주관적 수치심을 법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모든 형태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이 명확히 부과될 수 있도록, 법 해석과 수사, 재판의 정밀성이 함께 요구될 것입니다. 시민 모두가 상대방의 인격을 존중하고, 성적 표현이나 접촉에 대해 더욱 높은 수준의 윤리 의식을 가질 수 있어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