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형사고소를 통해 법적 대응을 시도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실체적 진실과는 무관하게 상대를 괴롭히거나 위협하는 수단으로 형사고소를 악용하는 경우, 사회적 폐해는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행위를 우리는 ‘고소남용’이라 부르며, 형법은 정당한 권리 행사가 아닌 남용적 고소 행위에 대해 일정 조건 하에서 범죄로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소남용의 개념과 유형, 형법상 적용 가능한 처벌 조항, 주요 판례와 실무 대응 방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고소남용의 개념과 유형
먼저 고소남용의 개념과 유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고소남용이란, 범죄 성립 여부와 무관하게 상대방에게 심리적·경제적 부담을 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반복 고소를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단순히 민형사 고소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 증거나 법률적 근거 없이 악의적으로 반복하거나, 협박이나 협상 수단으로 이용할 경우 고소남용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고소남용은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나타납니다. 첫째, 명백히 무혐의로 종결된 사건을 재차 고소하는 경우입니다. 수사기관이 충분히 조사했음에도 새로운 증거 없이 유사한 내용을 반복 고소한다면, 이는 명백한 권리 남용입니다. 둘째, 상대방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고소를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이혼, 상속, 금전 분쟁 등에서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고소가 남용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셋째, 고소를 빌미로 합의를 유도하거나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형사사건을 가장한 사실상의 협박 또는 사기와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고소남용 여부를 판단할 때 고소인의 고의성, 반복성, 고소 내용의 타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사안에 따라 형사처벌 대상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2. 형법상 적용 가능한 처벌 조항
다음으로 고소남용에 대해 형법상 적용 가능한 처벌 조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대표적으로 무고죄(형법 제156조)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를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고소인이 범죄가 아님을 알면서도 형사 고소를 하는 경우를 처벌하는 대표적인 규정입니다. 또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7조)도 함께 적용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을 허위 고소로 기만하여 공무를 방해한 경우에 해당하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됩니다. 반복 고소로 인해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력이 낭비되거나 피해자의 일상생활이 위협받는다면, 공익 침해 행위로 간주되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또한, 고소를 빌미로 금전적 요구를 한 경우에는 공갈죄(형법 제350조) 또는 협박죄(형법 제283조)가 적용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는 고소의 형식을 빌린 범죄행위로 간주되어 처벌 수위도 무겁게 책정됩니다. 중요한 점은, 단순히 고소가 기각되거나 무혐의로 종결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고소남용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고의성과 허위성이 입증되어야만 형사처벌 요건이 충족됩니다.
3. 주요 판례와 실무 대응 방안
고소남용에 대한 주요 판례와 실무 대응 방안을 살펴보겠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1년, 이혼소송 과정에서 배우자를 무고한 혐의로 형사 고소한 A씨에 대해 무고죄를 인정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범죄가 성립되지 않음을 인식하면서도 상대를 압박할 목적으로 고소한 점이 명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전 직장 동료를 명예훼손 및 횡령 혐의로 반복 고소한 사건에서는 수사기관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이에 따라 고소인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기소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수사기관의 업무가 반복적으로 방해되었고, 고소인이 수차례 거짓 진술을 반복한 점이 주요 판단 요소였습니다. 실무적으로는 고소남용을 당한 경우, 1) 기존 수사 기록 확보, 2) 동일 고소 반복 여부 입증, 3) 고소인의 허위성 입증 자료 확보가 핵심입니다. 수사기관에 고소남용 사실을 진술하거나, 필요 시 맞고소 또는 손해배상 청구로 대응할 수 있으며, 특히 명예훼손이나 정신적 피해가 크다면 민사소송으로도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SNS를 통한 고소 예고, 고소 사실의 공개, 협박성 메시지 등도 고소남용의 정황 증거로 활용될 수 있으므로, 모든 대화와 게시물은 증거로 보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소는 정당한 권리이지만, 고의적으로 상대방을 괴롭히거나 위협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 형법상 처벌 대상인 고소남용이 될 수 있습니다. 무고죄, 공무집행방해죄, 공갈죄 등 다양한 법적 책임이 부과될 수 있으며, 반복성과 허위성이 명백할 경우 실형 선고도 가능한 중대한 범죄입니다. 분쟁 해결은 감정적 대응이 아니라, 합리적 절차와 사실 기반의 판단을 통해 이뤄져야 하며, 형사고소는 마지막 수단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사회 전반의 법 감수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고소의 남용은 반드시 경계되어야 하며, 올바른 법적 대응이 개인의 권리와 정의를 지키는 출발점이 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