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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와 과실의 개념과 법적 기준

by record5739 2025. 7. 4.

고의와 과실은 형법상 책임을 가르는 핵심 개념입니다. 법은 의도적인 행위와 부주의한 실수를 어떻게 구별하고, 어떤 기준으로 처벌을 달리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고의와 과실의 개념과 법적 기준
고의와 과실의 개념과 법적 기준

 

형법이 ‘의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

우리는 일상에서 실수로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때와, 일부러 해를 입혔을 때를 다르게 판단합니다. 이는 법도 마찬가지입니다. 형법에서는 범죄를 단지 ‘결과’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그 결과를 초래한 사람의 ‘의도’가 있었는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습니다.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해치려 했다면 ‘고의’에 의한 범죄가 되고, 실수로 발생한 경우는 ‘과실’에 의한 범죄로 간주됩니다. 형법상 범죄는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성립합니다. 그중에서도 책임의 핵심 요소는 ‘고의’ 또는 ‘과실’입니다. 즉, 어떤 행위가 법에 어긋나는 결과를 낳았더라도, 그것이 의도된 것이냐 아니냐에 따라 범죄로서의 책임 유무, 나아가 형량이 결정됩니다. 따라서 고의와 과실은 단순한 구분이 아닌, 형사처벌의 무게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형법상 고의와 과실이 각각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구별되는지, 실제 사례에서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고의와 과실의 개념과 법적 기준

고의란 어떤 결과를 발생시킬 의도, 즉 의식적인 인식과 의사결정을 통해 행위에 나서는 것을 말합니다. 형법 제13조는 고의를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판례 및 통설에 따르면 ‘구성요건 해당사실의 인식과 이에 대한 의사’가 있으면 고의로 봅니다. 고의는 다시 ‘직접 고의’와 ‘간접 고의’로 구분됩니다. 직접 고의는 결과를 적극적으로 원하거나 확신한 경우이며, 간접 고의는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식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감행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흉기로 상대를 찔러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이는 직접 고의가 될 수 있으며, 사람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돌을 던졌다면 사망 가능성을 알면서도 행위한 것으로 간접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반면, 과실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결과를 발생시킨 경우를 말합니다. 즉, 발생 가능한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심하지 않아서 결과가 발생한 경우입니다. 형법 제14조는 과실에 대해 “주의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죄를 범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실은 다시 ‘경과실’과 ‘중과실’로 나뉘며, 일반적인 과실범은 처벌되지 않지만 법에 특별히 과실범 처벌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해 형사처벌이 가능합니다. 대표적인 과실범의 예로는 교통사고가 있습니다. 운전자가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고 운전하다 보행자를 충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이는 고의가 아닌 과실로 인한 치사 사건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제한속도나 전방 주시 등 기본적인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명백할 경우, 형법상 과실범으로 처벌됩니다. 법원은 고의와 과실의 판단 기준으로 다음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첫째, 행위자가 해당 결과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있었는지. 둘째,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위를 감행했는지 여부입니다. 이 기준에 따라 의도적인 행위와 단순한 실수를 엄격히 구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2021년 서울중앙지법은 건설현장에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하다가 동료가 사망한 사건에서 현장소장에게 과실치사죄를 적용한 바 있습니다. 이는 직접 살의를 가진 것이 아닌,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한 결과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반면, 2019년 한 폭행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상대가 사망할 수 있음을 인식했음에도 폭행을 계속한 점을 들어 간접 고의를 인정하고 살인죄를 적용했습니다.

 

의도는 범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다

형법에서 고의와 과실은 단순한 ‘마음가짐’의 차이를 넘어서, 범죄를 성립시키는 핵심 요소로 작용합니다. 행위자가 그 결과를 의도했는가, 아니면 단순한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인가에 따라 죄명, 형량, 사회적 비난의 정도까지 달라집니다. 법은 이처럼 결과 못지않게, 행위자의 내면적 상태와 인식을 면밀히 들여다봅니다. 특히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하는 사건들이 늘어남에 따라, 고의와 과실의 구분이 더욱 중요한 논점이 되고 있습니다. 가령 산업재해, 의료사고, 교통사고 등에서는 ‘사고’와 ‘범죄’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으며, 이때 고의와 과실의 판단은 형사책임의 중대 기준이 됩니다. 결국 고의와 과실은 형법의 눈으로 본 ‘책임의 무게’를 가늠하는 잣대입니다. 행위자가 그 결과를 어느 정도까지 인식하고 있었으며,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했는지를 법은 집요하게 따집니다. 우리가 법을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이 기준들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하며, 일상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건에 대한 판단력 역시 함께 길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