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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죄와 명예훼손죄, 헷갈리는 신고의 법적 책임

by record5739 2025. 6. 19.

누군가를 고소하거나 폭로하는 과정에서 자칫하면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역고소당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형법상 무고죄와 명예훼손죄의 개념 차이와 실제 사건에서 어떻게 구별되는지, 특히 고소·제보 시 주의해야 할 법적 기준과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무고죄와 명예훼손죄, 신고의 법적 책인
무고죄와 명예훼손죄, 신고의 법적 책인

 

 

고발과 고소, 그 정의를 넘는 책임의 무게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제기합니다. 형사 고소, 언론 제보, SNS 공개 폭로 등은 불공정하거나 부당한 피해에 맞서 싸우기 위한 수단으로 점점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 사실로 피해를 입힌다면, 오히려 무고죄나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습니다.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무고죄는 모두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죄지만, 그 발생 맥락과 요건은 전혀 다릅니다.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드러내 타인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 경우 성립하고, 무고죄는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수사기관에 신고했을 때 성립합니다. 두 죄는 피해자 중심이냐, 국가 형사사법 작용에 대한 침해냐의 차이도 있으며, 결과적으로 처벌 수위나 공익성 판단에서도 다르게 평가됩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는 이 둘의 경계가 혼재되거나, 한 사건이 두 가지 범죄로 동시에 다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컨대 성희롱이나 폭행 등과 관련한 고소가 무혐의로 종결된 후, 가해자로 지목된 이가 무고죄로 역고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또는 내부 고발자가 특정인의 실명을 언급하며 언론 제보를 한 경우, 명예훼손죄가 문제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두 범죄의 개념 차이와 성립요건, 대표 판례들을 바탕으로 신고 및 고소 시 주의해야 할 법적 기준을 함께 정리해보려 합니다.

 

무고죄와 명예훼손죄의 차이, 판례로 보는 판단 기준

먼저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제310조)는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공연히 적시해 타인의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경우 성립하며, 실제 사실이더라도 ‘공공의 이익’이 없거나 비방 목적이 강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됩니다. 반면 무고죄(형법 제156조)는 타인에게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수사기관 또는 공무소에 신고한 경우 성립합니다. 즉 ‘허위성’과 ‘처벌 목적’이 핵심 요건이며, 실제로 수사가 개시되거나 혐의가 인정되지 않아야 무고죄 판단이 본격화됩니다. 2020년 서울동부지법의 한 사건에서, A씨는 직장 상사를 성희롱으로 고소했으나 수사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고, 이후 상사가 A씨를 무고죄로 고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A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당시 상황과 부합했으며, 허위 진술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고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고소 내용이 사실로 확정되지 않더라도, ‘허위의 인식’이 없었다면 무고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면 2017년 대구지법 판례에서는, 교제하던 남성을 성폭행범으로 고소한 뒤 허위로 드러난 여성에게 징역 1년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객관적 정황상 합의 관계였음을 알고도 고소를 했으며, 법원은 고의적 허위신고임을 인정하고 무고죄 성립을 판시했습니다. 명예훼손과 관련해서는, 2021년 유명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게시글 사건이 있습니다. 한 사용자가 실명을 언급하며 “불륜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나, 이에 대한 증거나 공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죄가 인정되었습니다. 여기서 ‘사실을 적시했다 해도 공익성이 없다면 유죄’라는 판례 기준이 확인됩니다. 두 죄의 경계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명예훼손죄는 **사회적 평가 하락이 핵심**이며, 허위 여부보다는 ‘공연성’과 ‘공익성’이 판단 기준이 됩니다. - 무고죄는 **허위 진술의 고의성과 수사기관 대상 여부**가 핵심이며, 단순한 주장이나 추정은 성립 요건에서 배제될 수 있습니다. 또한 무고죄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수사 및 처벌이 진행되며, 실형 선고 비율도 높은 편입니다.

 

진실한 문제제기와 허위 고소 사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개인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고소, 폭로, 제보는 분명 정당한 절차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거나 감정적으로 과장된 표현을 사용한다면, 이는 곧 법적 책임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특히 고소·제보 행위는 강력한 무기이자 동시에 법 앞에서 책임을 지는 행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무고죄와 명예훼손죄는 모두 말이나 문장으로 성립할 수 있는 범죄이며, 상대방의 명예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기 때문에 사법기관은 그 경계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단순히 내 기억이나 감정에 따른 주장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허위이거나 근거가 부족하면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충분한 근거와 객관적 정황을 바탕으로 진실한 문제 제기를 했다면, 설사 결과적으로 무혐의로 종결되더라도 무고죄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이는 형법이 허위에 대한 처벌을 엄격하게 적용하되, 표현의 자유와 권리 구제를 보호하려는 균형적 접근을 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단지 말을 하는 것이 아닌 ‘어떤 말이 법적으로 책임지는 말인지’를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실을 말하되, 조심스럽게. 피해를 고발하되, 근거 있게. 이러한 인식이 확산될 때, 건강한 권리 행사가 가능해지고, 무분별한 고소나 폭로로 인한 2차 피해도 줄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