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범죄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고, 애초에 실행 자체가 불가능했던 경우에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형법상 불능미수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고, 실제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실행은 했지만 실패한 범죄, 그 중에서도 ‘애초에 불가능했던 범죄’
형법은 범죄가 완성되지 않아도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수범’이라 부르는 경우인데, 이는 범죄 실행에 착수했지만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미수범 중에서도 실제로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가 ‘범행 방법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 바로 ‘불능미수’입니다. 불능미수란, 행위자가 범죄를 실행하려 했지만 애초에 범죄의 결과가 발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실행행위를 한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독살하려고 한 사람이 설탕을 독으로 착각하고 넣었다면, 실제로는 아무런 해를 입히지 못했지만 실행의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이처럼 ‘객관적으로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범죄를 시도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형법 제27조는 이러한 불능미수에 대해서도 처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다만 “범행의 위험성이 없을 때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불능미수는 무조건 처벌되는 것이 아니라, 그 행위가 사회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만 형벌이 부과됩니다. 불능미수는 일상에서 쉽게 발견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이는 행위자의 ‘범죄 의사’와 ‘실행 착수’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형법의 고의범 이론, 결과주의와 인격주의 사이의 균형을 보여줍니다. 이번 글에서는 불능미수의 정의와 요건, 판례, 그리고 다른 미수범과의 차이점을 살펴보며 이 개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불능미수의 요건과 실제 적용된 판례
불능미수는 형법 제27조에 의해 정의되며, 이는 행위자가 명확한 범죄 의도를 가지고 실행에 착수했지만 객관적으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시도된 범죄를 말합니다. 예컨대, 독으로 알고 타인에게 먹인 물질이 알고 보니 무해한 식염수였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때에도 행위자의 고의가 존재하고 실행행위가 있었다면 원칙적으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다만 법은 "범행의 위험성이 없을 때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예외를 두고 있어, 사회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절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도 이러한 원칙이 적용되었습니다. 200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인이 타인을 해하려 했으나 유해하지 않은 물질을 사용한 경우에 불능미수를 인정했고, 형사처벌을 내렸습니다. 반대로, 단순한 장난이나 실행의사가 불명확한 경우에는 불능미수로 보지 않습니다. 중요한 판단 기준은 범죄의 고의와 실행 착수의 여부, 그리고 행위가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성을 지녔는가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법원이 당시 상황, 진술, 물적 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게 됩니다. 불능미수는 결과가 없더라도 실행의사가 있고 사회적 위험이 존재했다면 형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형법상 중요한 원칙을 반영하고 있으며, 결과중심적 처벌이 아닌 행위자 중심의 책임주의를 강조하는 대표적인 조항입니다.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행위자의 의도와 사회적 위험성
불능미수는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고 애초에 발생할 수도 없었던 범죄 시도에 대해서도 형벌을 가할 수 있는 법적 개념입니다. 이는 결과 중심의 책임이 아니라, 행위자 중심의 책임 개념에 가까운 형태이며, 사회적 위험성에 대한 사법적 평가를 중시하는 입장을 반영합니다. 형법은 단순히 결과만으로 범죄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범죄의 실행을 시도한 자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존재인가, 그 사람의 의도가 얼마나 확고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불능미수 역시, 행위자의 범죄의사와 실행 시도, 그리고 그것이 미친 사회적 파장에 따라 충분히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남용의 우려도 있습니다. 명확한 고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한 장난이나 실수를 범죄 시도로 오인한다면 과잉처벌의 위험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법원은 언제나 고의의 유무, 실행의 착수 여부, 사회적 위험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불능미수는 형법의 철학이 응축된 주제 중 하나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의도를 중심으로 책임을 묻는 이 개념은, 우리 사회가 단지 ‘사고가 나야 처벌한다’는 수준을 넘어서 ‘그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는가’까지 포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