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피해자에게 극심한 정신적·신체적 고통을 남기는 범죄로, 피해자가 범죄 사실을 공개하거나 신고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직장 동료, 교사 등 가까운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는 보복, 수치심, 사회적 낙인 등을 두려워해 장기간 침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존에는 공소시효가 정해져 있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사나 기소조차 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처벌을 피하는 가해자들도 존재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자, 우리나라는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 제도를 꾸준히 개정해왔고,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아예 폐지하는 제도적 변화도 있었습니다. 오늘은 성범죄의 공소시효의 개념과 현재 어떤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적용되는지, 그리고 실무상 어떤 제도가 개선되었는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공소시효 개념
먼저 성범죄에 있어서 공소시효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공소시효란 검사가 범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정 기간을 의미하며, 형법 제253조에 그 규정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소시효는 범죄 발생일로부터 기산되며, 그 기간이 지나면 국가가 형사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범죄는 피해자가 신고 자체를 수년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기억의 회복, 심리치료 등을 통해 나중에 범죄 사실을 인지하는 경우도 많아 기존 공소시효 적용이 부당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2013년 형법 개정을 통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간 또는 강제추행, 특수강간 등 특정 중대 성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조항이 신설되었고, 이후 성폭력처벌법과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등에서도 별도의 공소시효 규정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공소시효 정지 제도’입니다. 가해자의 신원이 불분명한 경우, 또는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일정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되며, 이로 인해 실질적인 소추 가능 기간이 대폭 늘어나는 효과를 냅니다.
2. 적용 범위와 주요 사례
다음으로 성범죄 공소시효의 적용 범위와 주요 사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는 성범죄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강간, 유사강간 등 폭행·협박을 수단으로 한 중대 성범죄 중 13세 미만 아동이 피해자인 경우. 둘째, 성폭력처벌법상 특수강간,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등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은 범죄. 셋째,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가 정지되며, 이후 다시 기산된다는 특례가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10세 피해자가 성추행을 당했다면, 공소시효는 피해자가 19세가 되는 해부터 시작되는 셈입니다. 또한 2020년 대법원 판례에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범행 종료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영상물 유포가 반복되는 동안 공소시효가 연장될 수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습니다. 과거에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처벌이 불가능했던 사건들이 현재는 다시 수사 가능한 사례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특히 미투 운동 이후 수십 년 전 발생한 성범죄가 실명 고발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면서, 제도의 실효성 논의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3. 제도 개선과 한계
마지막으로 성범죄 공소시표의 제도 개선과 한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공소시효 폐지와 정지 제도는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큰 의미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한계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증거 부족’입니다. 사건 발생으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 수사가 시작되면 물리적 증거는 거의 남아있지 않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에만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많아 유무죄 판단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가해자가 이미 사망했거나 소재불명일 경우, 수사 자체가 불가능해지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수사기관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일관성, 주변인의 참고 진술, 과거 진료기록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입증하려 노력하고 있으며, 법원도 시대적 맥락과 피해자의 심리적 특성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공소시효 폐지를 넘어, 피해자 중심의 ‘회복적 사법’이 강조되며, 형사처벌과 함께 상담, 보호, 지원제도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성범죄의 특성상 사회적 낙인, 2차 피해, 증거수집의 어려움은 여전히 존재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연구는 계속돼야 합니다.
형법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피해자 보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끊임없이 조율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처벌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닌, 피해자의 상황과 특수성을 고려해 정지되거나 폐지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 강간 등 중대한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 자체가 없거나 대폭 연장되었으며, 이는 가해자가 시간만 지나면 면책될 수 있다는 불합리를 해소하려는 입법적 의지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여전히 증거 수집의 어려움, 진술의 신빙성 판단, 2차 피해 예방 등 다양한 과제가 존재하며, 법률 제도뿐 아니라 수사기관과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신고하고, 충분한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공소시효 제도는 계속 진화해 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