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0조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중대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제도 폐지나 제한에 대한 논의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형법 제10조의 취지, 적용 사례, 그리고 책임능력 논란을 정리해드립니다.
심신미약, 보호받아야 하나 처벌받아야 하나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고, 그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책임능력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하여 형벌을 부과하거나 줄이는 제도이며, 정신질환이나 일시적 심신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형사책임을 감경 또는 면제해주는 기능을 합니다. 형법은 '책임주의' 원칙에 따라, 형벌은 책임이 있는 자에게만 부과될 수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범죄행위가 있었더라도 행위자의 정신적 상태가 정상적 판단을 할 수 없는 정도였다면, 그 책임은 줄어들거나 면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법의 입장입니다. 이는 인간 존엄성과 자유의지를 전제로 한 근대 형법의 핵심 개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형법 제10조는 큰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심신미약 감경 제도가 흉악범죄에 남용되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과 제도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조두순 사건은 범행 당시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형이 감경되었고, 그 판결은 사회적 분노를 일으키며 형법 체계 전체에 대한 회의감까지 불러왔습니다. 과연 형법 제10조는 필요한 보호 장치일까요, 아니면 처벌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일까요? 이번 글에서는 제도의 입법 취지와 실제 적용 사례, 그리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정 방향을 통해 심신미약과 책임능력 논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형법 제10조 적용 구조와 논란 사례
형법 제10조는 심신장애의 정도에 따라 형사책임을 완전히 면제하거나, 감경하는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이 조항은 다음과 같이 구성됩니다. ① 심신상실자(사물 변별이나 의사결정 불가능) → 형사책임 없음 ② 심신미약자(변별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미약) → 형을 감경 가능 ③ 정상인(책임능력 있음) → 통상적 형사책임 부과 심신미약 판단의 근거는 정신과 전문의의 감정서, 당시 행동 기록, 범행 전후의 진술, 음주나 약물 여부, CCTV, 목격자 진술 등으로 구성되며, 최종 판단은 법원이 내립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심신미약’ 상태의 정의가 애매하고, 감정 절차가 일관되지 않으며, 일부 피고인이 감형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음주 또는 약물 복용을 하는 경우에도 법원에서 감경이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앞서 언급한 조두순 사건입니다. 그는 8살 여아를 성폭행한 중범죄자였지만,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이유로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징역 12년이라는 감형된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사회적 분노는 거셌고, 국민 청원은 수십만 명의 동의를 받으며 형법 개정 요구가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15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가해자가 ‘우울증 약 복용’을 근거로 심신미약을 주장한 것이 있습니다. 당시 피고인은 계획적으로 흉기를 준비했고 범행 이후 도주를 시도한 정황이 있었음에도, 감정 결과 일부 심신미약이 인정되어 감형 논란이 일었습니다. 법원은 형법 제10조가 인정되더라도 반드시 감경하는 것이 아니라 ‘감경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임을 강조하며, 상황에 따라 감형하지 않기도 합니다. 실제로 2020년 이후에는 대법원이 심신미약 감경 적용에 신중을 기하라는 지침을 내리고 있어, 적용률은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은 여전합니다. “음주자는 감형받고, 절제한 사람은 가중처벌받는다”는 인식, “피고인이 일부러 약을 먹고 감형을 노린다”는 비판은 형법이 공정성과 사회정의 실현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책임 없는 자를 벌하지 않는 원칙, 그러나 남용은 방지해야
심신미약자에 대한 형법 제10조는 책임주의와 인권보장의 기초 위에 세워진 제도입니다. 정신적으로 정상 판단이 어려운 사람에게 똑같은 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법의 목적과 맞지 않으며, 사회 전체의 정의 실현에도 위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동시에 ‘국민 감정’과 가장 자주 충돌하는 조항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범죄의 결과에 분노하고, 그에 합당한 처벌을 기대합니다. 그런데 가해자의 정신상태를 이유로 처벌이 줄어든다면, 이는 피해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대한 부정의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심신미약 감경을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둔 입법 방향이 강조되며, 실제 적용 시 매우 엄격한 요건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 유발적 심신미약’, 즉 일부러 술이나 약을 복용해 심신미약 상태를 만든 경우에는 감경을 인정하지 않거나 오히려 가중처벌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음주감경을 배제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이나, 의도적 약물복용에 대한 불인정 규정이 일부 도입되고 있습니다. 형법 제10조는 폐지되어야 할 조항이 아니라, 정확히 해석되어야 할 조항입니다. ‘정상적 사고와 판단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며, 전문가 감정과 판결 과정에서 엄격한 기준이 지켜져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제도의 악용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결국 형법 제10조는 ‘책임 없는 자를 벌하지 않는다’는 형사법의 근본 원칙을 담고 있지만, 현실에서 그 원칙이 무제한적으로 적용되어선 안 됩니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사회가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으로 정교하게 운용되어야 할 제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