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방위가 항상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은 우연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라는 특수한 형태를 구별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책임 유무가 달라집니다.
정당방위에도 예외는 있다
일상에서 누군가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 처했을 때, 우리는 자신이나 타인을 지키기 위해 방어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습니다. 형법은 이러한 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처벌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나 모든 방위행위가 정당하게 평가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상황에 따라 정당방위가 아닌 다른 유사 개념이 적용되기도 하며, 이로 인해 형사책임의 유무와 경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형법에서는 정당방위와 구별되는 세 가지 개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연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입니다. 이들은 모두 정당방위의 형식이나 구조를 띠고 있지만, 그 실질적 요건이 부족하거나 오해에서 비롯된 행위로서, 법률적으로 정당방위로 보지 않습니다. 그러나 행위자의 상황과 인식, 경위에 따라 감경 또는 면제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습니다. 이 세 가지 개념은 매우 유사해 보이지만, 법적 효과는 명확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상대의 공격이 끝난 후에도 반격을 가했다면 이는 과잉방위가 될 수 있고, 실제로 공격이 없었음에도 위협으로 오인한 경우는 오상방위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우연방위는 정당방위로 가장 오해받기 쉬운 형태지만, 실제로는 방위와 무관한 행위로 분류되어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형법상 우연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가 어떤 의미를 가지며, 각각이 어떤 경우에 적용되는지를 사례 중심으로 정리하여 소개하겠습니다.
세 가지 유사 방위행위의 구조와 사례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그 예외적 형태로 과잉방위와 오상방위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판례를 통해 우연방위의 개념도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각 개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1. 우연방위 (허위방위, 또는 명목상 방위): 우연방위란 실제로 방위행위의 목적이 없었거나, 방위의 외형을 빌려 다른 목적을 달성하려는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다툼이 벌어진 상황에서 상대방이 위협을 가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언쟁에 불과했는데, 이를 빌미로 상대방을 폭행한 경우입니다. 이 경우 외형적으로는 방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어할 필요가 없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2. 과잉방위: 과잉방위는 실질적인 침해가 존재하고, 방위행위의 필요성도 인정되지만, 그 수단이나 정도가 지나친 경우를 말합니다. 형법 제21조 제2항은 이에 대해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넘은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예컨대, 단순히 팔을 붙잡았을 뿐인 상대에게 둔기를 휘둘러 중상을 입혔다면 이는 과잉방위가 됩니다. 법원은 이 경우 책임을 완전히 면제하지는 않지만, 상황에 따라 형을 감경할 수 있습니다. 3. 오상방위: 오상방위는 실제로는 침해가 없었지만, 행위자가 그것을 침해로 잘못 인식하고 방위행위를 한 경우를 말합니다. 형법 제21조 제3항은 “정당한 이유 있는 오인에 의한 방위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형사책임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장난으로 손을 뻗었지만 행위자가 그것을 폭행으로 착각하고 반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개념들은 실제 사건에서 섬세하게 구분되어야 하며, 각 행위가 처해 있던 상황과 긴박성, 행위자의 인식 수준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판례에서는 2014년 서울고등법원이 한 골목길 시비에서 피해자가 멀어지던 도중 가해자가 뒤쫓아가 폭행한 사건을 우연방위로 보고 유죄를 선고한 바 있으며, 2011년 대법원은 지속적인 폭행 상황에서 행위자가 둔기를 사용한 사건에 대해 과잉방위로 보고 감형을 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오상방위로 무죄가 인정된 경우도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는 경비원이 인근 상가에서 발생한 소란을 실제 범죄로 오인하여 개입한 사건에서 정당한 오상방위로 인정된 바 있습니다.
정당방위의 그림자, 그 경계는 명확해야 한다
정당방위는 형법상 중요한 자기보호 수단이지만, 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법은 이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특히 우연방위, 과잉방위, 오상방위는 모두 정당방위의 외형을 가졌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다른 법적 평가를 받습니다. 우연방위는 애초부터 방위의 필요성이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행위이므로, 법적으로는 범죄로 전제되고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과잉방위는 침해가 있었지만 대응이 지나쳤을 경우로, 처벌은 되지만 감경 여지가 있으며, 오상방위는 오해에서 비롯된 경우로서, 그 오해가 정당한 이유에 기인한 경우 책임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결국 세 가지 개념은 모두 방위행위의 정당성과 필요성,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 유무를 세심하게 구분하기 위한 법적 장치입니다. 이를 정확히 이해하고 구별하는 것은 실무적으로는 물론 일반 시민에게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누구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신이나 타인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으며, 그 순간의 판단이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받는지를 알면 보다 신중하고 책임 있는 대응이 가능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