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상 정당방위는 명확한 요건 아래서만 성립되며, 단순히 결과적으로 방위처럼 보이는 '우연방위'는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이 둘의 차이와 실제 판례를 통해 개념을 정리합니다.
정당한 방어냐, 우연한 결과냐? 경계에 선 행위들
누군가 공격해 와서 반사적으로 손을 뻗었고, 상대가 넘어져 다쳤다면 이는 정당방위일까요? 아니면 단순히 우연히 발생한 결과일 뿐일까요? 일상 속 충돌이나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방어합니다. 그러나 형법은 모든 방어행위를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으며, 특히 ‘우연히 방위로 보이는 결과’가 발생했을 경우에도 법적으로 면책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를 위법성 조각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즉, 급박한 위협이나 부당한 공격에 맞서 자기 또는 타인의 권리를 방어하기 위해 상당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행위는 범죄로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결과만 방위처럼 보이는 경우는 ‘우연방위’로 분류되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우연방위란 방위의 의사 없이 이루어진 우발적 또는 본능적 반응, 또는 상황과 무관한 목적의 행위에서 우연히 방어효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을 공격할 의도로 밀쳤는데, 우연히 그 사람이 위협 행위를 멈췄다면 이는 방위로서의 효과가 있더라도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정당방위는 그 요건이 매우 엄격하며, 방위의 ‘의사’와 ‘상황’, ‘수단의 상당성’까지 입증되어야 성립합니다. 반면 우연방위는 그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에 여전히 위법한 행위로 간주되며,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두 개념의 차이를 실무 판례와 함께 비교하며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정당방위와 우연방위의 법리적 구별과 실제 판례
정당방위는 형법 제21조 제1항에 따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인정됩니다. 다시 말해 다음과 같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합니다. 1. 현재성과 부당성: 공격은 실제로 진행 중이며,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부당한 침해여야 합니다. 2. 방위의 필요성: 침해를 막기 위해 그 상황에서 방어가 필요했어야 합니다. 3. 상당성: 방어수단이 과도하지 않고, 최소한의 수준이어야 합니다. 4. 방위의사: 방어를 목적으로 한 고의가 존재해야 합니다. 반면 우연방위는 이러한 방위의사가 없거나 요건이 일부 결여된 경우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으로 자신이 공격당한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단순히 본능적으로 반응했을 경우, 혹은 다른 목적의 행위 중 우연히 방어 효과가 나타났을 때 우연방위로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2020년 대전지방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건을 다뤘습니다. 피고인이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자 상대방을 먼저 밀치고 발로 찼고, 상대가 흉기를 꺼내들자 그 순간 도망치며 무심코 휘두른 손에 흉기가 부딪혀 상대방이 다친 사건이었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에서 정당방위가 아니라 우연히 발생한 결과라고 보아 과잉방위조차 인정하지 않고 상해죄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201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 여성이 주거 침입자에게 위협당하던 중 휴대폰으로 얼굴을 내리친 사건에 대해 정당방위로 판단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주거침입이라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 신체적 위협, 피해자의 방어의사, 휴대폰이라는 수단의 상당성이 모두 인정되었습니다. 결국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물리적 결과가 아닌, ‘방어 목적’이 명확하게 입증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사건 당시의 정황, 영상자료, 피해자의 진술, 증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당방위인지 아니면 우연방위에 불과한지를 판단합니다. 또한 과잉방위의 경우에도 일정한 감경 여지가 있지만, 우연방위는 그러한 사유도 적용되지 않아 형사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이는 방위행위가 단순한 ‘결과’에 따라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 당시의 ‘인식’과 ‘의도’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정당방위는 철저한 법적 요건의 충족이 전제된다
정당방위는 흔히 드라마나 뉴스에서 손쉽게 인용되지만, 실제 법적으로 인정받기는 매우 까다로운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폭력에 대한 대응이라는 외형만으로는 부족하며, 그것이 실제로 법익을 지키기 위한 의도였는가, 그리고 행위의 수단과 강도가 정당했는가가 중심이 됩니다. 우연방위는 이러한 판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결과적 행위일 뿐입니다. 방어하려는 마음이 없었거나, 애초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던 경우, 또는 필요 이상의 과잉 반응이 있던 경우에도 법원은 이를 정당방위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반응하기보다, 가능하면 위기를 피하고 제3자의 개입을 유도하며, 자신을 지키더라도 ‘상당한 범위’ 내에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형사책임을 피하기 위한 차원을 넘어, 사회 전체의 법 질서를 유지하는 기준이기도 합니다. 정당방위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고도 자신의 권리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예외로서 인정되는 행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요건이 엄격하고, 자칫 잘못하면 우연방위로 간주되어 오히려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