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공격을 막기 위해 행동했는데도 처벌받을 수 있을까? 형법은 일정 요건을 갖춘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로 간주하고 위법성을 조각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당방위 성립 조건과 관련 판례를 알아봅니다.
법이 허용하는 자기방어, 정당방위란 무엇인가?
어떤 상황에서는 누군가의 불법적인 공격에 맞서 자신이나 타인의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형법은 일정 요건 아래에서 이런 방어 행위를 ‘위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합니다. 이것이 바로 ‘정당방위’를 포함한 위법성 조각사유입니다. 형법 제21조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나에게 위협이 가해지고 있을 때, 이를 막기 위한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하다고 인정되면, 해당 행위는 범죄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세 가지 기준입니다. ‘현재의 침해’, ‘부당성’, 그리고 ‘상당성’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정당방위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술에 취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먼저 손찌검을 했을 때, 이는 정당방위일까요? 아니면 과잉 대응일까요? 이처럼 실제 사건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며, 형사처벌 여부를 가르는 열쇠가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정당방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과 법적 구조, 그리고 위법성 조각사유 전반에 대해 알기 쉽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아울러 실무에서 논란이 되었던 판례를 통해, 정당방위가 실제 재판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도 함께 살펴봅니다.
정당방위 성립의 세 가지 요건과 관련 개념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첫째,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는 침해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어야 하며, 단순히 위협만 있는 경우에는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상대방이 주먹을 들고 위협하며 접근할 때, 그 순간이 침해의 현재성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둘째,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이 침해당하는 상황이어야 합니다. 법익이란 생명, 신체, 재산, 자유 등 형법이 보호하는 가치들을 의미합니다. 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 주변인의 신체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도 정당방위가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방위행위가 상당한 범위 내여야’ 합니다. 여기서 상당성은 방위의 수단이나 정도가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가 맨손으로 위협했는데 칼로 대응했다면, 이는 방위행위의 상당성을 벗어나 과잉방위로 간주될 수 있으며, 이 경우 형이 감경되거나 면제될 수는 있어도 위법성은 조각되지 않습니다. 형법은 정당방위 외에도 긴급피난(형법 제22조), 자구행위(제23조), 피해자의 승낙(제24조) 등을 위법성 조각사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긴급피난은 예를 들어 화재를 피하기 위해 타인의 담을 넘어야 하는 상황처럼, 법익 간의 충돌 속에서 더 중요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를 말합니다. 자구행위는 즉시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없는 경우, 예를 들어 범인이 도주하려 할 때 직접 붙잡는 행위 등이 포함됩니다. 정당방위는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위법성 조각사유로, 실제로 가장 많이 논의되고 법정에서 다뤄지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방어는 과잉방위로 판단되거나, 침해가 끝난 뒤의 보복성 행위는 단순한 폭행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2022년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례에서는, 길거리에서 시비가 붙은 두 남성 중 한 명이 밀쳐지는 순간 상대방에게 주먹을 세 차례 가격한 사건에 대해 “초기의 반응은 정당방위였지만, 반복된 폭행은 과잉”이라며 일부 유죄가 선고된 바 있습니다. 반대로 2020년 대전지법에서는 여성 운전자가 차량에서 위협당하자 핸드브레이크로 반격한 사건에서, 재판부는 “불가피한 방위로 보이며, 수단도 상당한 수준”이라며 정당방위를 인정했습니다. 이처럼 정당방위는 맥락과 행위의 정도에 따라 매우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되며, 사소한 차이로 인해 형사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정당방위는 권리가 아닌 예외, 기준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당방위는 단순히 “나를 보호하기 위한 행위는 괜찮다”는 식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형법은 정당방위를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하며, 오로지 명백하고 현재의 침해가 존재할 때만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봅니다. 이처럼 정당방위는 하나의 권리라기보다는 예외적인 면책 사유에 가깝습니다. 자기방어가 정당하게 인정되기 위해서는 법이 제시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그 한계를 넘어선 순간엔 오히려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감정에 휩쓸린 방어는 쉽게 과잉이 될 수 있으며, 이후 법정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정당방위를 주장하더라도 그것이 실제로 인정될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행위 당시의 정황, 증거, 증언, 감정 상태, 사용한 수단 등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되며, 행위자의 인식과 주관적 정당성만으로는 위법성이 쉽게 제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수단과 범위 또한 법의 기준 안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정당방위의 요건과 한계를 이해하는 것은 형사법적 책임을 피하고, 동시에 사회적 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지식입니다. 법은 모든 폭력을 허용하지 않으며, 방어조차도 정당한 방식일 때만 인정합니다. 정당방위는 그 예외이자, 동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중요한 형법 개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