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보도의 자유는 민주사회의 핵심 가치지만,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럴 때 피해자가 언론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정정보도 청구’입니다. 동시에 보도 내용이 허위이며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에는 형법상 ‘명예훼손죄’로 형사 고소도 가능해집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법적 절차이지만, 긴밀히 연결되어 작용하며 그 판단 기준과 법적 효과에서 중요한 차이를 보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정정보도 청구와 명예훼손죄의 법적 정의와 차이점, 형사소송과 민사청구의 병행 가능성, 관련 판례와 실무 적용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법적 정의와 차이점
정정보도 청구와 명예훼손죄의 법적 정의와 차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정정보도 청구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 따라,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 피해자가 해당 언론사에 대해 정정보도 또는 반론보도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는 민사상 절차로,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회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정정보도는 ‘이전에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달랐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형태로 게재되며, 금전적 손해배상과는 별개로 이루어집니다. 반면 명예훼손죄는 형법 제307조에 따라 “공연히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처벌한다”는 규정으로, 이는 형사범죄입니다. 명예훼손은 사적인 대화가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었을 경우 성립되며,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즉, 정정보도 청구는 피해 회복을 위한 비형벌적 절차, 명예훼손죄는 가해자 처벌을 위한 형사적 절차로, 목적과 성격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정정보도는 보도내용의 객관적 오류를 다투는 것이고, 명예훼손은 그 보도로 인해 사회적 평판이 실질적으로 손상되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됩니다.
2. 형사소송과 민사청구의 병행 가능성
정정보도 청구와 명예훼손죄 고소의 병행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실제로 피해자는 두 가지 법적 절차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언론사가 허위사실을 보도해 특정 기업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면, 해당 기업은 정정보도 청구 소송과 동시에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때 두 절차는 독립적으로 판단되며, 정정보도 청구가 기각되었다고 해서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정정보도 청구에서는 보도 내용의 진실성, 공익성, 정정보도의 필요성 등을 중심으로 판단하며, 명예훼손죄에서는 고의성, 피해 정도, 피해자의 명예 침해 여부를 보다 중요하게 평가합니다. 특히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가 제기될 수 있는 친고죄였지만, 현재는 일부 허위사실 적시에 대해서는 비친고죄로 전환되어 수사기관이 직접 수사에 착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형사소송이 유죄로 확정되면, 그 판단이 민사소송에 유리한 자료로 작용할 수 있으며, 반대로 민사소송에서 정정보도 또는 손해배상이 인용되면, 향후 형사 고소 시 혐의 입증에 도움이 되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두 사건의 법적 목적과 판단 기준이 다르므로, 반드시 일치된 결론이 나오지는 않으며, 각각의 절차에서 독립적 소명과 논리 구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정정보도와 명예훼손 고소를 전략적으로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관련 판례와 실무 적용
정정보도 청구와 명예훼손죄가 동시에 적용된 판례와 실무 사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1년, 한 언론사가 정치인의 과거 범죄 이력을 왜곡 보도한 사안에서,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하고 동시에 형사 고소 사건에서도 명예훼손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은 언론의 표현 자유와 명예권 보호 간의 균형을 적절히 고려한 사례로 평가받았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보도가 사실이더라도 공공의 이익과 무관하거나, 특정인을 공격하는 의도로 작성된 경우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는 정정보도 청구는 기각되더라도, 형사처벌은 별도로 가능함을 의미합니다. 실무에서는 다음과 같은 유형의 사건에서 정정보도와 명예훼손이 동시에 적용됩니다. 첫째, 연예인 루머 보도, 허위 열애설, 범죄 연루 의혹 보도 등, 둘째 기업 관련 기사, 조작된 자료 인용, 실적 왜곡, 비윤리적 활동 오보 등, 셋째 공익신고 후 보복성 보도, 내부고발자에 대한 왜곡된 정보 유포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경우, 피해자는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한 조정을 먼저 시도하거나, 민형사 소송을 병행함으로써 명예 회복과 가해자 처벌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자정 기능과 사실 확인 의무를 더욱 강화해야 하며, 독자 또한 비판적 정보 수용 능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정보도 청구와 명예훼손죄는 언론 보도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다루는 대표적인 법적 절차입니다. 정정보도는 피해 회복을 위한 민사적 구제수단이며, 명예훼손죄는 허위 또는 악의적 보도를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장치입니다. 두 절차는 병행이 가능하며, 각각의 판단 기준과 법적 효과는 독립적으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피해자는 사건의 성격과 보도 내용의 위법성 정도에 따라, 전략적으로 민형사 절차를 선택해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와 명예 보호는 민주사회에서 동등하게 보장되어야 하며,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법적 체계가 바로 정정보도 청구와 명예훼손죄의 관계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