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간죄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일 때 성행위가 이뤄졌을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문제는 동의 여부가 어디까지 인정되느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주요 대법원 판례를 통해 법원이 어떻게 '동의의 유무'를 판단하는지, 준강간죄의 쟁점과 실제 적용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동의’의 부재는 곧 범죄인가? 준강간죄와 법원의 판단 기준
형법 제299조는 준강간죄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자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한 자”로 규정하고 있으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피해자가 의식을 잃거나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성행위가 이뤄졌을 경우, ‘동의 없는 성관계’로 간주하여 엄격히 처벌하기 위한 조항입니다. 최근 사회적으로 ‘동의 없는 성행위’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준강간죄에 대한 판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항거불능’이나 ‘심신상실’ 상태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가능한지 등은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특히 음주 후 성관계, 수면 중 성행위, 약물 복용 상태 등에서 이루어진 관계가 법적으로 ‘동의’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건의 핵심 쟁점이 되며, 피고인의 고의 여부, 피해자의 저항 가능성, 당시 상황에 대한 제3자의 진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실제 준강간 판례를 통해 하나씩 살펴보며, 법원이 어떤 기준으로 동의 유무를 판단하고 있는지, 피해자와 피의자가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를 함께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준강간죄의 성립 요건과 대표 판례 분석
준강간죄의 핵심 쟁점은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가’입니다. 즉 피해자가 자신의 의사로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가 쟁점이며, 이때의 동의는 단순한 ‘행위 허락’이 아닌, 성적 자기결정권의 자유로운 행사로 인정되는 경우에만 유효합니다. 대법원 2017도15995 판결에서는 피해자가 술에 만취해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사건 당시 속옷을 벗고 누워 있었다는 점에서 심신상실 상태로 인정되었습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항거불능 상태에서 이뤄진 성행위로 판단하고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반면 2020도45632 판례에서는 피해자가 술을 마시긴 했지만 혼자 귀가했고, 일정 대화가 가능했으며, 당시 주변인 진술에서도 피해자의 거동이나 의식에 큰 이상이 없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심신상실 상태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이 사례는 법원이 단순히 음주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동의 없음’을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또한 수면 중 성행위와 관련해서는, 피해자의 수면 상태가 깊었는지, 성행위 당시 깨웠는지, 거부 의사를 표현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대법원은 “수면은 항거불능 상태에 해당한다”는 점을 원칙으로 하되, 성행위 전후의 정황에 따라 심신상실 여부를 판단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피해자의 직접 진술 외에도 의학 감정, 목격자 진술, 당시 통화 기록, SNS 메시지, CCTV 영상 등 객관적 정황 증거를 매우 중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피고인이 피해자의 상태를 인식했는지 여부, 즉 고의가 있었는지가 형량에도 크게 작용합니다. 결론적으로 준강간죄는 ‘동의가 있었는가?’보다는 ‘동의가 가능한 상태였는가?’를 판단하는 범죄이며, 그 기준은 단순히 피해자의 진술뿐 아니라 전후 정황과 증거를 통해 종합적으로 판단됩니다.
동의 없는 성행위, 법은 어디까지 처벌할 수 있을까
준강간죄는 피해자의 명시적 거부가 없었다고 해도, 그 상태 자체가 의사표현을 할 수 없었다면 성립할 수 있는 범죄입니다. 이는 단순히 말로 “싫다”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가 되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며, 법원은 피해자의 상태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동시에, 피고인의 인식과 고의도 매우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피고인이 피해자가 자는 줄 알면서도 성행위를 시도하거나,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대를 상대로 성행위를 한 경우에는 미필적 고의라도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준강간죄의 법 적용이 늘어나면서, 무고의 위험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일부 사건에서는 피해자와 피고인의 진술이 극단적으로 갈리며, 물적 증거 없이 진술 대 진술로만 유죄가 선고되는 사례도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양측 모두 증거 확보와 사실관계 정리가 중요합니다. 결국 준강간죄는 단순한 성범죄를 넘어서, 인간의 ‘동의’와 ‘판단능력’을 어디까지 법적으로 보호하고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동의란 단지 말이나 행동이 아니라, 상대방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 아래서 이루어져야 하며, 그 자유가 차단된 상태에서 이뤄진 성행위는 법적 제재의 대상이 됩니다. 우리 사회는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법도 이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신중한 판단과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합니다. 피해자는 보호받아야 하고, 피의자는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동의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고, 법적 기준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