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법은 모든 범죄를 동일하게 처벌하지 않습니다. 특히 가족 간에 발생한 절도, 사기, 횡령 등 재산범죄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범죄와 다르게 ‘친족상도례’라는 특별한 규정을 적용해 처벌을 면제하거나 형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가족 내 재산관계에 있어서 형벌보다는 화해와 내부적 해결을 우선시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위와 조건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피해자나 피고인 모두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친족상도례의 법적 개념, 적용 요건 및 실제 사례, 그리고 실무상 쟁점과 유의사항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친족상도례의 법적 개념과 적용 요건
친족상도례의 법적 개념과 적용 요건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형법 제328조는 일정한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에 대해 처벌하지 않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 친족 간에 발생한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등의 범죄는 원칙적으로 형벌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그 외 친족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친족’은 민법상의 친족과 일치하지 않으며, 주로 생계를 함께하거나 가족적 유대가 강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또한 ‘동거’의 의미는 단순한 주소 공유를 넘어서 실질적인 생활 공동체로서의 일체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경제적으로 독립해 따로 거주하는 형제 사이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법은 이 제도를 통해 사적인 영역에서 발생한 갈등을 공적인 형사절차가 개입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유도하지만, 재산 범죄 피해가 반복되거나 폭력 범죄가 결합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2. 친족상도례 적용 사례와 예외 상황
친족상도례 적용 사례와 예외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실제로 자녀가 부모의 지갑에서 돈을 훔친 경우나, 형제가 부모 소유의 재산을 몰래 매각한 경우 등에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또 부부 간에 발생한 횡령이나 배임 등도 일반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지만, 이혼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사실상 별거 중인 경우에는 친족상도례 적용 여부가 다르게 판단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당사자 사이에 실질적인 가족 공동체로서의 유대가 없다고 보고, 친족상도례를 배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재산범죄에 국한되며, 폭행이나 협박, 강제추행, 상해 등의 범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예외적으로 재산범죄이더라도 가해자의 행위가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한 경우, 또는 피해자가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경우에는 법원이 양형에 반영하여 처벌을 결정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고령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가 문제가 되면서, 친족상도례의 적용 범위와 타당성에 대한 재검토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3. 실무상 쟁점과 주의할 점
실무상 친족상도례를 둘러싼 쟁점과 주의할 점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가장 큰 쟁점은 적용 대상 친족의 범위와 동거 여부 판단입니다. 법원은 단순히 가족관계등록부상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적용하지 않고, 실제 생활관계와 재산 분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합니다. 또한 동거 여부는 주민등록 등본상의 동일 주소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으며, 경제적 독립성이나 별도 생활 여부가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또 다른 쟁점은 피해자의 고소 여부와 처벌 의사입니다. 동거하지 않는 친족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으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면 수사가 중단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고소가 이루어지고 나면, 사후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고소 취소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특히 아동이나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착취 사례에서는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수사기관이나 법원도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친족상도례를 주장하거나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충분한 법률적 검토와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친족상도례는 가족 간의 재산 범죄에 대해 형벌보다는 화해와 자율적인 해결을 우선시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 간에도 분명한 재산 구분과 법적 책임이 요구되고 있어, 친족상도례의 적용 범위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법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더라도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나 반복적 피해가 동반된 경우에는 예외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제도를 무조건적인 면책 수단으로 오해해서는 안 됩니다. 형사절차에서 친족상도례가 문제될 경우, 구체적인 생활관계와 범행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법률적 조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형법은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반영하되, 피해자 보호라는 원칙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