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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족상도례, 범죄도 용서되는 가족 간의 특수성? 적용 범위와 논란 정리

by record5739 2025. 6. 19.

형법에는 가족 간의 범죄에 대해 처벌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 가능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친족상도례’라고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적용 범위, 주요 쟁점, 최근의 한계 사례 등을 통해 이 제도가 가진 의의와 비판을 균형 있게 살펴봅니다.

 

친족상도례 특수성, 적용 범위와 논란
친족상도례 특수성, 적용 범위와 논란

 

가족이면 처벌을 면할 수 있을까? 전통과 형법의 충돌, 친족상도례

한국 형법에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독특한 조항이 존재합니다. 바로 ‘친족상도례’입니다. 형법 제328조에 따르면, 형법상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등의 재산범죄를 가족 간에 저지른 경우 일정 조건 하에서 처벌하지 않거나,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유교적 전통에 기반한 가족 중심주의의 법적 반영으로 평가되며, 오랜 시간 동안 형사법체계 내에서 특수한 지위를 유지해 왔습니다. 다만 현대사회에서는 그 실효성과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독립된 성인 가족 간의 갈등, 재산 분쟁, 가족을 악용한 범죄 수법이 증가하면서 친족상도례의 범위를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아들이 부모 명의의 통장을 무단으로 인출해 거액을 횡령하거나, 형제가 형제의 재산을 사기 수법으로 편취한 경우에도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처벌이 면제되거나 고소가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점은 피해자에게 큰 좌절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는 범죄 유형, 적용 대상 친족의 범위, 실제 판례, 그리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가족 간의 신뢰와 화해를 강조하는 제도가 어떻게 형법적 정의와 충돌하는지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친족상도례의 법적 구조와 주요 적용 사례

친족상도례는 형법 제328조에 규정되어 있으며, 적용 대상 범죄는 재산범죄로 한정됩니다. 구체적으로는 절도죄, 사기죄, 공갈죄, 횡령죄, 배임죄 등이 포함됩니다. 폭행이나 협박, 명예훼손 같은 비재산 범죄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적용 대상이 되는 친족의 범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직계혈족, 배우자 및 동거친족 2. 그 배우자 (예: 장모, 장인, 시부모 등) 이 범위에 해당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한 재산범죄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처분됩니다. -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친고죄) - 고소가 있더라도 처벌이 면제될 수 있습니다. (형벌 면제 가능)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9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아버지 예금 무단 인출 사건’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아버지의 계좌에서 총 5천만 원을 인출한 뒤 도박자금으로 사용했지만, 아버지가 고소를 하지 않아 검찰은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친족상도례 적용 사례입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2022년 대구지법에서 동거 중인 처남이 장인의 사업자 명의를 무단으로 이용해 대출을 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장인은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동거 여부에 대한 판단과 피해자의 진술 간 신빙성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친족관계의 범위와 그 해석의 여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반면, 가족관계를 형식적으로 이용한 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이 예외적으로 친족상도례를 배제하기도 합니다. 2017년 대법원은 형제 사이의 반복된 사기 행위에 대해 ‘악의적 범죄 반복’이라는 점을 근거로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이 판례는 친족상도례도 일률적으로 적용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친족상도례는 가족 간의 재산범죄에 대해 관용의 여지를 두기 위한 제도지만, 실제 적용 여부는 고소의 유무, 범죄의 악의성, 관계의 실질성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됩니다.

 

형사정책과 가족윤리의 균형,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친족상도례는 전통적으로 가족 구성원 간의 화해와 분쟁 자율 해결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형벌의 사회적 기능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이 제도가 오히려 악용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의 노후 자산을 자녀가 임의로 사용한 뒤 친족상도례로 인해 처벌을 피하는 사례는 형사정의 실현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키며, 유족 간 유산분쟁에서 발생하는 사기·횡령 행위가 무처벌로 끝나는 경우는 피해자 입장에서는 억울함만 남습니다. 또한 사실혼 관계, 입양관계, 동거가족 등 현대적 가족 구조는 기존의 법적 친족 개념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친족상도례의 적용이 오히려 형평성을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재산범죄는 피해의 크기와 객관성이 분명한 만큼, 친족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질서 보호 차원에서 엄격히 다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가족 간 범죄도 예외 없이 처벌하는 방식으로 법을 운용하고 있으며, 피해자 보호 중심의 시각이 우선되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가족을 중심으로 한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친족상도례는 단순히 폐지보다는 사회 변화에 맞춘 제도적 정비와 세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합니다. 예를 들어, 1회성·비고의적 범죄에 대해서만 적용하거나, 일정 금액 이상 재산범죄에는 적용을 배제하는 방식 등이 제안되고 있습니다. 결국 친족상도례는 범죄를 무조건 용인하는 제도가 아니라, 형벌권을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유보함으로써 사회 내 갈등을 조정하려는 장치입니다. 그러나 그 유보가 타인의 피해를 묵인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법은 다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법의 유연함과 단호함 사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지점은 어디일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